동서양 모두 돌에는 땅의 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여겨왔습니다.

 

서양에서는 고대 시대부터 원석의 힘을 믿었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에메랄드는 생명의 원석이었고, 붉은 루비는 몸에 지니면 부와 건강이 깃든다고 여겼죠. 사파이어는 천국을 상징하는 수호석이었고, 보랏빛 자수정은 치료와 진정 효과가 있다고 믿어 중세 유럽 때 군인들이 착용했다고 합니다. '말하는 돌'이라 불렸던 아주라이트는 신탁이나 예언에 사용될 만큼 신성하게 여겨졌죠.  

동양에서도 원석에 운을 개선하는 힘과 에너지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행(화, 수, 목, 금, 토)에 맞춰 운을 개선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원석으로 만든 팔찌나, 목걸이, 소품들을 착용했는데요. 특정 오행이 부족할 때는 그 기운을 보완해주는 색상의 원석을 착용하고, 특정 오행이 넘칠 때는 그 기운이 담긴 색상의 원석은 피한다고 합니다. 

 📚 더 알아보기 : <세계를 매혹한 돌>, <돌의 사전>, <우리땅 돌 이야기>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할 만큼 돌은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잘 모르거든요. 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학생들 말고도 공무원, 연수원, 평생교육원, 도서관, 지역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수업 문의를 해주세요.

 

A. 2008년 무렵, 저는 조경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협재에 있는 별장에서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고 있는데, 옆에서 돌담 쌓는 석공분이 일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였어요. 잔디 심는 일은 너무 시시하게 느껴졌죠. 석공 업체 사장님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자네는 안돼. 가르쳐주면 따로 나가서 차릴 사람이야. 내 밑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야.”라며 거절하셨어요. 그때 제 머릿속으로 생각이 스쳐갔어요. ‘아! 돌담 쌓는 것을 가르쳐주는 일을 해야겠다.’

옛날에 제주 사람들은 누구나 돌담을 쌓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술 전수가 다 끊어져서 돌담을 쌓을 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제주도에 있는 그 많은 돌담을 보존하고 보수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가르쳐주질 않는구나. 난 배우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원하면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기술을 배워서 돌담 가르치는 학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게 다 그 사장님 덕분이에요.

A. 네, 현장에서 일하며 배우는 거죠. 그런데 예전 어르신들은 그러지 않았어요. 옛날엔 모두가 자기 집 밭담을 직접 쌓고, 동네 사람들이 같이 산담(무덤 주위 돌담)을 쌓고 했거든요. 그중에 솜씨 있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집도 해달라, 우리 밭도 해달라’ 자꾸 불러서 하다 보면 직업적인 돌챙이가 되는 거였죠.

요즘은 업체들이 많이 있어요. 처음에는 잡부나 보조로 일하면서 기술을 배워나가는데, 빠른 사람은 6개월 정도, 늦는 사람은 2년도 걸려요. 처음부터 돌담 쌓는 것부터 시작하면 안 되거든요. 돌을 제대로, 튼튼하게 놀 줄 알아야 하는데 솜씨나 감각이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다른 사람들이 쌓는 것을 보면서 돌을 나르고 고르고 하는 것도 다 배우는 과정이에요.

 

A. 블록 놀이 있잖아요. 테트리스처럼 자리에 맞는 돌을 고르고 그 자리에다 가장 잘 맞는 각도로 갖다 놓는 거예요. 기술자들은 빠른데 초보자들은 그게 안 되니까, 이 돌 갖다 놨다 다른 돌 갖다 놨다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죠. 돌담은 시멘트 같은 접착제 없이 건식으로 그냥 쌓기 때문에 마찰력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가 핵심이에요. 실력 있는 사람들은 마찰력을 극대화해서 튼튼한 돌담을 쌓는데, 초보자들은 모양만 맞춰서 갖다 놓으니 바람 불면 무너지는 거예요.

 

A. 같은 돌담이라도 그 용도와 쌓아진 위치에 따라 이름이 달라져요. 돌담이 바닷가에 쌓여 있으면 외적을 막는 환해장성이 되고, 비슷한 돌담이 저 중산간에 쌓여 있으면 목장의 경계를 이룬 잣성도 되고, 그 돌담이 집 울타리에 쌓여 있으면 울담이라고 불러요.

마을 밭의 경계를 이루는 밭담, 집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울담,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쌓은 올레담, 초가집에 외벽에 쌓은 축담, 텃밭 경계에 있는 우영담, 야외 화장실에 통시담까지 같은 담이어도 다양한 역할을 해요.

또,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돌로 된 그물 역할을 하는 원담이 있고요. 해녀들이 불을 쬐며 몸을 녹이는 불턱, 포구에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파도를 막아주는 포구담, 나쁜 액운을 막는 방사탑도 다 돌로 쌓았어요.

그리고, 외국의 석공들도 신기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산담이에요. 집을 짓고 울타리를 쌓듯이, 죽은 자의 무덤에 울타리를 쌓아줘요. 무덤도 하나의 집인 거죠. 목축업이 발달했던 영향으로 생긴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 중에 하나에요. 산 자와 죽은 자의 구역을 나누면서, 소나 말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두른 거죠. 목축업이 많이 사라진 지금도 제주에서는 산담을 해요. 얼마 전에도 산담을 쌓으면서 자손이 조상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가 아닐까, 정성을 들여쌓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생전 부모님 집은 지어드리기 힘들었어도, 돌아가신 다음에 무덤을 잘해드리고 울타리를 정성스럽게 쌓아서 부모님 영혼이 잘 쉴 수 있는 집을 해드리는 게 마지막 효도인 거죠.

A. 여러 나라를 다녀보진 못했지만, 제주만큼 현무암 지대가 많진 않은 것 같아요. 현무암은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공기구멍이 많아서 마찰력이 엄청나게 좋아요. 담을 쌓기에 최적화되어 있죠. 제주에서는 한 줄로 외담을 많이 쌓는데, 외국 석공들은 ‘어떻게 한 줄로 그렇게 높이 쌓느냐’며 신기해해요. 또, 돌이 약간 촌스러워요. 생긴 것도 약간 거무튀튀하고 거칠거칠, 투박하니 세련되지 않아요. 정겹고 편안하고, 나무든 뿌리든 농작물이든 튀지 않고 모든 사물하고 잘 어울리는 게 제주도 돌, 현무암의 매력인 것 같아요.

 

A. 100여 국의 나라를 여행한 여행작가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분은 ‘다른 나라도 돌이 많지만 제주도처럼 집약돼 있는 곳은 드물다’라고 하더군요.

저도 아일랜드와 영국 탐방도 다녀오고, 외국의 석공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어요. 한번은 제가 원담 사진을 올리니까, 아일랜드 석공이 깜짝 놀라면서 원담을 보러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나라에는 아주 오래전에 원담이 있었다는 기록만 있지 실체는 다 사라지고 없다는 거예요. 또 산담을 보면서도 “대체 그 사람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길래 돌로 그렇게 무덤 주위를 두르냐.”고 묻더라고요. “이건 우리 일상이다, 다들 이렇게 한다.”라니까 신기해하더라고요. 이렇게 외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주의 돌문화가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외국과 차별화되는 특별함이 있구나’ 알게 돼요.

 

Q. 제주도에서는 돌문화 보존을 위한 지원이나 정책을 펼치고 있나요?

A. 2013년도에 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이 되었고, 2014년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제주 돌문화의 가치와 규모에 비해 제도적인 것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민간차원에서 돌빛나예술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요. 지금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놨지만, 돌담보존회 같은 단체를 만들어 돌담 교육이나 무너진 돌담을 찾아가 복원해주는 봉사활동도 했었죠.

Q. 돌빛나예술학교 운영이나 돌챙이 일을 하면서 보람 있고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Q. 돌챙이이자 돌문화 학교 선생님으로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Q. 끝으로 초록취향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려요.

  

ㅇ[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뇌는 쾌락만큼 의미 좇아... ‘선량한 고통’ 추구하라” 폴 블룸 (조선비즈)

“첫째, 특정 유형의 선택적 고난은 기쁨의 근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잘 살아낸 삶은 쾌락적 삶보다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하여 고난은 고귀한 목적을 이루는 한편 충만한 삶을 사는 데 중요합니다. ... 빈곤은 단기적 행복을 앗아가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고귀한 목적을 추구하게 됩니다. 반면 안락한 환경의 국민들은 ‘목적의식 결여’라는 우울함에 처할 수 있지요. ... 안타깝지만 인간은 행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팩트는 우리가 환희와 쾌락 속에 머물지 않고 고통을 통해 더 개선되게 하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라는 거죠. 다소 암울한 이 진실을 받아들이면, 담담한 희망의 여정이 시작될 겁니다.”

ㅇ[손태호의 그림&스토리]<12>풍파 새긴 못난 돌, 상처 아닌 훈장이오 (이데일리)

  

💎 ㅊㄹㅊㅎ scene

  

 

- 김선태 <동백숲에 길을 묻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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