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진엔 꽃밭이 있어 꽃밭 한가운데 엄마가 있어

그녀의 주변엔 꽃밭이 있어 아름답게 자란 꽃밭이 있어

초록빛 머금은 새싹이었지 붉은빛 머금은 꽃송이였지

나를 찾던 벌과 사랑을 했지 그 추억 그리워 꽃밭에 있지

나는 다시 피어날 수 없지만 나를 찾던 벌도 사라졌지만

나의 사랑 너의 얼굴에 남아 너를 안을 때 난 꽃밭에 있어”

가수 김진호님의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노래를 들어보셨을까요. 꽃같이 아름다운 노랫말들이 ‘우리 엄마 이야기네’, ‘내 모습이네’ 싶으신가요. 그러니까요. 왜 엄마들은 꽃사진으로 핸드폰 갤러리를 채울까요. 왜 할머니들은 알록달록한 꽃바지를 입으실까요. 아직은 할머니도 엄마도 아니지만, 사진첩으로나마 초록의 정원을 가꾸다 보니 그 마음들이 점점 헤아려지더라고요.

제주에 살기 전까지 제가 찍은 사진들은 온통 흑백세상이었답니다. 벽에 걸어두고 감상하기에는 걸맞지 않은, 요상하고 우울한 사진들이었죠. 좁고 오래된 골목길, 우중충한 거리와 빌딩숲, 그 안에서 분주히 헤매는 도시인들. 생기 잃은 도시의 풍경은 어설픈 컬러 대신 흑백으로 남기는 것이 낫다는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도시에도 예쁜 풍경들은 있었습니다. 그 예쁜 것들은 남들이 다 찍으니까, 예쁜 건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찍히니까, 나까지 나서 찍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찍고 싶었죠.

그랬던 저를 제주는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총천연색이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란, 생생하게 빛나는 풍경들! 꽃과 바다, 초록의 자연을 사진으로 담으며 생명의 활기를 예찬하게 되었죠. 제주의 꽃과 식물은 모양도 종류도 육지와 달랐고, 야생의 밀도를 품고서 더 빨갛고 노랗게, 더 초록초록하게 피어났습니다. 같은 이름을 지니고서도 자리에 따라 다르게 피고 지는 꽃들. 송이송이 마다 색도 모양도 다른 꽃잎들. 들판의 이름 모를 꽃들도 제 몫의 향기를 피워냈고, 한 줌의 흙에서도 꽃은 피고 졌습니다. 꽃이 머무르고 간 자리에는 다음의 생이 깃든 씨앗과 열매가 맺혔습니다.

청춘. 내가 꽃으로 만개하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답니다. 조금씩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을 보듬으면서, 생명력 넘치는 꽃의 자태와 몸동작에 마음을 빼앗기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죠.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내미는 얼굴들은 매번 반갑고도 새롭습니다. 생기 없는 일상을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어집니다. 프로필 사진에 꽃을 올리고, 꽃바지를 입고, 꽃이 되는 꿈을 꿉니다.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갑니다.

A. 아침에 일어나 차나 커피를 먼저 마셔요. 그리고 텃밭에 나가 어떤 꽃이 피었는지, 어떤 싹이 텄는지 확인하는 게 제 하루의 시작이에요. 마당에서의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울타리를 손보거나 지지대를 세우고, 마당을 치우고, 집을 청소하는 게 거의 일과에요. 가끔 밖에 나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자수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얼핏 들으면 여유롭게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구나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거의 집을 치우고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A. 조그마한 정원은 사실 저의 놀이터에요. 아름답게 가꾸고 바라보는 일 뿐 아니라,많은 창작 행위가 이 안에서 이뤄지거든요. 피어있는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집안을 장식하고, 텃밭 야채로 요리하고, 허브들을 이용해 허브차나 허브 오일을 만들기도 해요. 텃밭은 일체의 비료나 약을 치지도 않고 오로지 자연 농법으로 가꾸고 있어요. 잡초와 가지치기한 것들은 따로 모아 퇴비를 만들거나, 멀칭(mulching, 땅을 덮어주는 일) 소재로 이용하죠.

정원의 식물은 대부분 나비와 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식물들과 허브들인데요. 허브들은 향기로 해충을 막아주기도 하고, 이로운 곤충들을 끌어 모으기도 해요. 피부 알레르기와 습병이 있어서 저에게 맞는 허브들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쳐질 때 향기를 맡으면 좋은 것들, 무기력증에 도움이 되는 꽃이나 풀들 같은 것도요. 밀원식물을 많이 키우는 건 제가 꿀을 좋아하기 때문에, 벌들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 마음에서예요. 나름, 지구에 이익이 되는 생태 정원을 가꾼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A. 특정하게 어떤 꽃을 좋아하진 않아요. 꽃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고 예쁘거든요. 대체로 향기가 진한 꽃을 좋아해서, 향기가 진한 꽃들과 허브류를 정원에 많이 심어두고 있어요.

A. 네, 맞아요. 정말 손이 많이 가는데 티도 안 나는 게 정원일이에요. 정원에 올라오는 잡초를 수시로 뽑고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세 꽃을 뒤덮어버리거든요. 사실 저는 풀 알레르기도 있고 벌레 알레르기도 있어요. 날씨가 습해지면 온몸이 가려워지는데, 습한 제주에서 살 때는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독한 피부과 약을 먹으며 텃밭을 정리하기도 했었어요.

📗6만9000원 내고 나무 보러 간다고?… 자연·건축 어우러진 ‘사색의 숲’ (문화일보)

"베블런 효과는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책 ‘유한계급론’에서 비롯한다. ... 베블런은 돈 많고 시간 많은 유한계급이 지불 능력을 끊임없이 과시하는 행동을 ‘과시소비’로,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소비하며 노동으로부터 면제됐음을 과시하는 것을 ‘과시여가’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사유원은 과연 ‘과시여가’의 공간인가. ... 일찍 입장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지도를 꺼내 들고 늦은 오후까지 사유원 구석구석을 천천히 둘러봤다. 장쾌한 전망 앞에서 심호흡하고, 건축이 만들어 낸 낯선 풍경에 감탄하고, 곳곳에 매달아 놓은 금언과 같은 글을 읽었다. 분명한 건, 아무도 으쓱해하지도 과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땅의 힘 키워, 탄소흡수 늘리는 ‘생태정원’ 가꾸죠 (한겨레)

“‘영구적’(퍼머넌트)이란 말과 ‘농업’(애그리컬처) 또는 ‘문화’(컬처)의 합성어인 퍼머컬처는 자연과 인간이 모두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방식이다. ...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는 물론 비닐도 사용하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의 힘만으로 농사를 짓는 게 목표다. 밭에는 감자, 고구마, 오이 등 각종 농산물 말고도 해당화, 맨드라미, 백일홍 등 꽃들도 심는다. “인간에겐 먹고사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죠. 퍼머컬처는 일종의 생태정원을 가꾸는 일인데, 그런 의미에서 농부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어요.”"

📗[마음 읽기] 벚꽃과 감꽃은 지는 때가 다르다는 말씀 (중앙일보) 

“하지만 대개는 개화만을 보려고 하고 낙화에는 마음을 덜 두게 된다. ... 그렇다고 낙화와 배웅을 피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사는 일의 절반은 각각의 낙화를 보는 일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얼마 전 한 스님을 뵈었더니 “벚꽃과 감꽃은 지는 때가 달라요”라는 말씀을 내게 하셨다. ... 벚꽃은 이른 봄에 피어 있다가 지고, 감꽃은 좀 더 늦은 때에 피어 있다가 지는데, 감꽃이 벚꽃 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듯이 저마다 때를 각각 맞아 겪는 일에 큰 낙담을 하지 마시라는 조언이 담겨 있는 말씀이었다.”

📗[조정육의 숨은 그림 찾기] 꽃에 치이고 나비에 밀리고… 꿀벌 집단 실종사건 (주간조선)

"조선시대 꽃 그림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꽃을 그리면서 꿀벌은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꿀벌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나비와 새가 차지한다. ...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입체적이기보다는 평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그녀가 그린 8폭의 ‘초충도병풍’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풀에 해당하는 ‘초’와 벌레에 해당하는 ‘충’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풀인 ‘초’에는 수박, 가지, 오이 등 식용식물과 양귀비, 맨드라미, 도라지, 여뀌, 봉선화, 원추리, 패랭이 등의 꽃이 포함된다. 벌레인 ‘충’은 개구리, 도마뱀, 쇠똥벌레, 개미, 쥐 등 기어다니는 것과 벌, 나비, 잠자리, 매미 등 날아다니는 것이 그려져 있다. 신사임당은 주변에 살고 있는 초충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작품화했다.“

© ㅊㄹㅊ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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