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주로 독채숙소로 운영하며 요가, 명상, 채식, 기록 등 다양한 체험을 더한 게스트룸을 제공하는 ‘모아로와’ 프로그램도 종종 열고 있어요. 동네 책방과 함께 작가 초청 북토크도 열고, 지향점이 같은 팀들과 연합해 캠프를 열기도 했고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 기부도 한 달에 한 번씩 하려 노력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결혼식과 축제도 모색 중이에요. 앞으로는 몸과 마음의 신호에 집중할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열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출입 가능한, 차별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A. 가족, 친구 단위가 가장 많아요. 워크샵으로 오시기도 하고요. 연령층과 모임 목적이 다양해서 딱 꼽을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는 분들은 참 많네요. 제가 정도 많고 오지랖도 넓어서 좋은 기억은 자주 곱씹거든요.

굳이 뽑자면, 쓰레기를 다 가져가신 분들이 계셨었어요.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초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 정말 쓰레기를 하나도 배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쓰레기를 가져가신 걸 알고 너무 죄송해서 제로웨이스트의 뜻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Q. ‘제로웨이스트 숙소’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신다고요?

A. 제로웨이스트 숙소 이용 매뉴얼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구체적인 실천법을 안내해드리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고 청소하기’, ‘소창필터로 원두를 내려 커피 마시기’ 같은 사소한 행위들이에요. 저에게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행위들이 모두의 일상에서 당연해지는 세상이 된다면 ‘제로웨이스트 숙소’라는 단어는 사라지게 되겠죠. 그날을 꿈꾸고 바라고 있습니다.

Q. <모악산의 아침>에서 머무는 게스트들이 ‘이것만큼은 꼭 누리고 갔으면, 마음에 품고 갔으면’ 하는 모아님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A. 모악산과 대나무, 새소리, 개구리소리 같은 자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가셨으면 해요. 저는 여태까지 자연을 가까이 하고 살아서 귀한 줄 몰랐거든요. 올해 두 달 정도 서울에서 머물며 지냈는데, 처음으로 모악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뒹굴 거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흙냄새, 풀내음을 맡고 싶더라고요. ‘모악산의 아침’이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이 평화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누리고 가시길 바랍니다. 

Q. <모악산의 아침>을 운영하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들만큼 즐겁고 보람찼던 때는 언제인가요?

A.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요! 그리고 손님들이 잘 쉬었다 가셨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뿌듯하죠. 숙소라는 공간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영감을 얻는 곳이라 생각해요. 그 영감을 다시 다른 곳에 전달하면 에너지가 돌고 돌잖아요. 잘 쉬었다 간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Q. <모악산의 아침>을 운영하며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요?

A. 전원생활은 주택관리와 정원일이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 로망이 있다고 하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조언해줘요. 여름에는 장마로 습기와 누수를, 겨울에는 동파를 걱정하고요. 정원의 잔디밭 잡초는 계속 뽑고 깎아줘야 하고,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들과 매일 같이 씨름해요. 작년 여름에는 비를 맞으며 풀을 뽑다가 엉엉 울기도 했어요.

지금은 많이 내려놨어요. 세상에 잡초는 없다고, 각각의 존재 이유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죠.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정원일도 요령이 쌓여서 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게 되겠죠. 아, 유지비도 만만치 않아서 수리비가 수백 단위로 나간답니다. 오래된 주택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모아둔 돈을 다 썼어요. 뭐, 언젠가는 벌겠죠?

A. 처음 가는 길이고 사례가 전무해서 혼자 하자니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올려 제로웨이스트 숙소에 대해 함께 고민하실 분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 연락된 곳은 제주 소로소로 게스트하우스에요. 제가 대장님이라고 부르는데, ‘모악산의 아침’이 자리 잡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환경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정보와 숙소 운영 방식, 운영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 등을 알려주셨죠.

이후 영월 이후북스테이, 홍천 스테이 운공, 하동 나마스떼 민박과 스테이고하리, 전주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 부산 북스테이 이너프, 남해 남쪽집, 강화도 낙토, 속초 스테이모로 등등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이분들이 뜻을 모아주지 않으셨다면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세상에 알리지 못했을 거예요.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고민해주셔서 지속할 수 있었어요.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숙소를 찾아 업데이트하고, 채팅방에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A. 여행자의 마음가짐과 준비에 따라 어떤 숙소든 제로웨이스트 숙소가 될 수 있어요. 숙소에 비치된 일회용품들, 일회용 칫솔과 치약 대신 집에서 챙겨간 칫솔과 치약을 사용하고요. 음식 배달과 포장 대신 외식을 하거나, 요리를 해서 먹고요. 수저세트와 텀블러, 손수건을 챙겨 다니면 일회용품을 주는 식당에서 곤란함을 피할 수도 있고요. 정말 간단하죠? 처음이 낯설고 어렵지, 일단 하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쌓이면 습관이 됩니다.

그리고,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 음식점에 방문해보셨으면 해요.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응원합니다.

Q. <모악산의 아침> 뿐 아니라 전주 환경 커뮤니티 ‘제로불모지’를 운영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불모지장’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세요.

A. 전주에서 뜻과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 함께 다양한 시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선,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알리는 쓰레기 없는 비건장터 ‘불모지장’을 꾸리고 있어요.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환경 불모지'인 전주를 뜻하기도 하죠. 판매자는 무포장 물품을 판매하고 구매자는 용기에 물품을 담는 경험을 통해 일상 속까지 이어지도록 독려하고 있어요.

‘제로불모지’는 또 다른 팀원들과 함께 운영 중인 환경 커뮤니티인데요. 비건과 환경 관련 채팅방을 운영하고 비건위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기후위기와 관련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전주, 전북 지역의 비건옵션이 가능한 식당과 카페를 모아 카카오맵 비건지도를 만들고 홍보하죠. 

A. 전주는 자연과 어우러져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정감 넘치는 동네골목은 텃밭과 정원을 가꿔 볼거리도 많고요.  멋진 책방들과 도서관,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모임과 마켓들 덕분에 사람 사는 정으로 풍요롭죠. 환경운동을 하며 많은 가게 사장님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했는데, 모두들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지지해주셔서 마음 편히 활동하고 있답니다. 타 지역보다 비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도 많아요. 앞으로도 고향인 전주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답니다.

전주에 온다면 한옥마을 옆 천변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보셨으면 해요.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소리를 듣고, 나풀거리는 나무들도 구경하며 전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동네 책방들의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큐레이션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고요. 열 곳이 넘는 도서관들도 모두 매력적이에요. 전주에 꼭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