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는 시간, 마음들 ✍ 초록취향 vol.10
- 그럼에도, 손으로 쓰는 일
- 초록생활자 : 느린 호흡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필기(pilgi) 배주희
- 손으로 쓰는 시간,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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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억할 때, 때로는 그 사람의 글씨체가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배움의 끈이 길지 않았던 아빠는 화려한 정자체로 글씨를 쓰셨습니다. 마치 궁서체처럼 차려입은 듯 맵시 나는 글씨였죠. 어릴 적, 학교에서는 뭐 그렇게 적어오라는 서류들이 많았던지요. 감추고 싶었던 서류 속 내용은 잊었지만 아빠가 써 내려갔던 글씨, 빼어났던 그 모양들은 지금도 흐릿하게나마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태껏 단 두 번, 아빠로부터 메모라 부를만한 짧은 편지를 받았었는데요. 언젠가 생일 때 건네주신 용돈 봉투에는 ‘딸 OO의 생일을 축하한다. 앞으로도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는 글이 씌여 있었습니다. 그때도 감탄했던 건, 봉투 안의 용돈이 아니라 아빠의 글씨였던 것 같아요. 똑바르고 멋스럽게 씌여진, 저는 따라서 쓰지도 못할 아빠의 글씨체 말이죠. 고백하자면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부녀 사이는 최근 더 악화되어서,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안부를 주고받을까 말까,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그만큼 밉고 싫은 아빠였기에 관련된 대부분의 추억들은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아 강제로 지워버렸고, 지우지 못한 추억들은 기억 저편 어두운 곳에 그대로 가라앉혀 버렸는데요. 글쎄요. 아빠의 글씨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나봅니다. 이토록 또렷이 기억나는 걸 보면요.
아빠의 글씨를 떠올리고 있으니, 어쩌면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는 나의 악필부터 떠올릴지도 모르겠단 아찔한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악필이었어요. 성격이 워낙 급해서 필기도 빠르게 휘갈겨 쓰다보니, 나중에는 제 글씨를 제 자신도 못 알아볼 정도였죠. 보다 못한 엄마가 특별활동으로 펜글씨부에 절 밀어 넣으셔서, 아마도 일 년쯤 글씨 연습을 했었는데요. 그것도 펜글씨공책에 따라 쓸 때뿐이지, 저의 글씨가 되어지진 않았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한 자 한 자 적어 내리면, 악필까지는 아니고 적어도 읽을 만한 글씨는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참 다행이지요. 예쁘게 글씨를 쓰지 못하다 보니 손편지는 어쩌다 한두 번, 수첩 보다는 핸드폰의 메모장을, 노트보다는 노트북을 즐겨 사용합니다. 혼자만 열어보는 다이어리를 쓸 때마저도 스스로 검열하며 어떻게든 글씨를 잘 쓰려 애를 쓰는데, 저만 그러는 건 아니겠지요?
문득 당신의 글씨보다도, 당신 마음에 당신의 글씨가 흡족한지가 더 궁금해지네요. 글씨가 사람의 성격이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것임을 부정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의 글씨는 나만의 고유한 것, 손으로 쓰는 일은 고유한 나를 자각하며 만나는 일이니까요. 흡족하지 않은 글씨를 지녔다 해도,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우리, 손으로 쓰기를 멈추지 않기로 합시다. 나를 자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로 합시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안 그래도 뉴스레터가 뉴스레터 답지 않게 정성스럽고 길다는 이야기들이 자꾸 들려오는데 말이죠. '내 마음은 종이에 묻어도 좋다' 이탈리아 소설가 세바스티아노 바살리의 말을 전하며, 종이가 아닌 이메일이기에 다행히도 악필은 감추고, 초록을 취향하는 마음만 가득 담아 금주의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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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생활자 - 느린 호흡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필기(pilgi) 배주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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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한줄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제주 구좌읍 종달리에서 아날로그 글쓰기 작업실이자 문구숍인 <필기>를 운영하고 있는 배주희입니다.
Q. <필기>란 이름이 참 정감 있어요. 창작을 위한 아날로그 작업 공간을 운영 중이시죠.
A. <필기> 작업실은 말 그대로 글, 그림과 같은 창작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다만 그 작업을 타자기, 연필과 같은 아날로그 도구로만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아날로그 작업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평소의 삶과 살짝 거리를 두고, 이곳에서 만큼은 천천히, 아주 느린 호흡으로 사색하며 글을 쓰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두 개의 책상 위에는 타자기와 종이,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등이 있고, 작업실 한켠에는 글쓰기와 글쓰기 도구에 관한 책, 앉아서 책 읽기 좋은 소파를 두었어요. 글쓰기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물건만을 모아둔, 여길 찾아오는 누군가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작업실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고, 오시면 간략한 공간 소개 후 20~30분 정도 타자기 사용법을 알려드려요. 그 후에는 한 시간 가량 자유롭게 하고 싶은 작업을 하시면 됩니다.
사실 '필기'는 저를 잘 아는 지인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그 후에 제가 의미를 찾아 붙였는데, ‘필’자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어요. 붓 필(筆), 도울 필(弼), 반드시 필(必). 여기에 기록할 기(記)자를 붙여 풀이하자면 “쓰는 도구로 당신의 글쓰기를 돕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쓰고 가세요.” 정도랄까요. 작업실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전달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Q. 아날로그 공간에서의 시간과 경험을 제공하고 계신거죠. 어떻게 이런 공간을 열게 되셨죠?
A. 2019년 3월에 오픈했으니 벌써 3년 3개월이 됐네요.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4년이 훌쩍 넘고요. 사실 <필기>의 시작은 단순했어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터라 오래전부터 제 개인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는데, 제주에 내려온 후 운 좋게도 작은 공간을 얻게 됐어요. 처음엔 개인 작업실로 사용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저와 같이 나만의 작업실을 꿈꾸는 분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온전한 자기만의 작업 공간을 갖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고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느낀 아날로그 도구가 주는 낯선 감각, 물성 있는 글쓰기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어요. 세 번째 이유는 단순해요. 작은 공간이지만 저 혼자 쓰기엔 너무 넓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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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한 시대잖아요. 음성을 녹음하면 몇 초 만에 텍스트로도 저장할 수 있고, 전자펜 같은 디지털 필기구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필기를 한다는 것,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기술은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시간을 아낄 수 있게끔 만들어 줘요. 사람들의 니즈만큼 발전 속도도 정말 빠르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물건,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부러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LP로 음악을 듣고요. 저는 이런 문화가 과거의 향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아날로그 경험이 적은 MZ세대의 힙한 취향으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말이에요.
앞에서도 살짝 말씀 드렸지만 아날로그 도구가 주는 ‘낯설지만 기분 좋은 감각’이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용의 불편함 + 불편함을 이해하기 위해 몰입하는 감각이라고 느끼거든요. 이를테면 “이거 쓰기 불편한데, 써보니 은근히 매력이 있네?”라는 거예요. 연필을 좋아하는 분들은 심이 닳을 때마다 연필을 깎고, 연필밥과 지우개 똥을 치우고, 흑연이 손에 묻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연필을 쓰죠. 타자기도 마찬가지예요. 타자기는 종이를 끼우고, 레버를 열고 닫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자판을 두드려야 해요. 오타가 나도 지울 수 없기에 더욱 집중해야 하죠. 이런 번거로움이 있는데도 타자기를 즐겨 쓰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날로그 물건이 주는 불편함은 존중 받아야 할 ‘고유한 것’ 같아요. ‘원래 이런 맛 때문에 쓰는 거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역인거죠.
또 하나의 매력은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이에요. 연필이나 타자기로 글을 쓰는 행위는 도구의 ‘물성’을 만끽할 수 있어요. 컴퓨터의 가벼운 자판, 태블릿의 터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죠. 연필의 사각임, 연필을 깎을 때 칼과 나뭇결이 스치며 내는 진동과 소리. 지우개와 종이가 마찰하는 느낌. 이 모든 게 손으로 고스란히 전해져요. 타자기도 마찬가지예요. 힘주어 자판을 누르는 타건감과 소리, 종이가 스치는 소리, 레버가 돌아가는 진동은 물론, 손의 움직임에 따라 찍히는 활자의 모양을 눈으로 좇는 것 까지, 타자기를 치는 건 생각보다 상당히 역동적인 활동이에요.
그렇다 보니 당연히 온 신경을 써야하는 글과 쓰는 도구에 집중하게 돼요. 주의를 끄는 다양한 자극에서 눈을 돌려, 오로지 나 자신과 글쓰기, 쓰는 도구에만 몰입하는 시간에는 아무런 잡생각도 들지 않거든요. 정신차려보면 한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왠지 머리가 깨끗해진 기분이 들어요. 그게 연필이나 타자기로 무언가를 쓰는 일, 손으로 하는 일의 매력인 것 같아요.
Q.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A. 네, 맞아요. 사람들과 부대끼며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죠. 개인적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삶의 방향성을 정돈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필기>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1인 여행객도 많지만 보통은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혼자 오든 둘이 오든 타자기를 쓰다 보면 사용법이 워낙 어려우니 무조건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죠. 손님들께 “여기 오기 전엔 생각이 많았는데, 한참 집중했더니 머리가 개운해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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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로 어떤 분들이 <필기>에 머물다 가시나요? 그 분들은 어떤 작업을 하시죠?
A. 혼자만의 시간을 주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색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채우는 분들이 오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 사이는 물론, 커플이나 신혼부부도 자주 오세요. 대부분 타자기로 글쓰기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쓰는 글의 종류는 다양해요. 크게 나누자면 자신을 위한 글과 남에게 주는 글인데요. 자신을 위한 글은 일기, N년 후 나에게 주는 편지, 유서, 좋아하는 시와 노래 가사 필사 등이고요. 남을 위한 글은 친구나 가족, 연인에게 쓰는 편지, 신혼부부님은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의 다짐 등을 쓰세요. 종종 작사를 하거나 시, 소설을 쓰기도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다양하네요.
Q. 기억에 남는 분들,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사실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한달살이 하시는 동안 열 번 넘게 방문해주신 손님. 작업 중이던 단편 소설을 <필기>에서 완성하셨던 작가님. 작사 후 직접 제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신 손님. 신혼여행 때 오셨다가 1년 후에 임신하시고 다시 찾아주신 부부 손님. 저에게 편지를 주고 가시거나, 재미있는 메모를 남기고 가신 손님. DM으로 좋은 글과 사진을 수시로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모두 감사한 분들이에요. 이렇게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정한 분들을 만나는 건 항상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아, 정말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지금 모시고 있는 고양이가 <필기>로 직접 걸어 들어온 일이에요. 웬 아기 고양이가 안으로 들어오길래 누가 들여보낸 건 줄 알았거든요. 제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야옹야옹 거리며 치맛자락을 타고 올라와서 매달리더라고요. 처음엔 아픈 곳 치료만 해주고 입양을 보내려고 했는데 잠깐사이 정이 들어 평생 모시기로 했어요. <필기>의 이름을 지어준 지인이 고양이 이름도 지어줬는데, <필기>의 고양이라 ‘필자’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들어올 때 두달 쯤 된 아기였는데, 벌써 세 살 어른 고양이가 됐네요. 필자는 예민하고 겁이 많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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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접 타자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타자기 사용법을 알려주는데도 시간을 많이 쏟고 계시죠.
A. 네. <필기>에는 2벌식(두벌식) 타자기가 있어요. 2벌식 타자기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준 PC 자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컴퓨터처럼 입력된 초성, 중성, 종성을 구분하고 자동으로 글자를 완성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받침키’라는 기능키를 자주 사용해야 해요. 이밖에도 겹받침과 쌍자음을 만들어 써야 하고, 이중모음용 모음키를 구분해서 써야 하는 등 많은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게다가 종이를 넣고 뺄 때, 줄을 바꾸거나 행간을 조정할 때 쓰는 여러 레버의 사용법도 익혀야 하고요. 또 타자를 칠 때의 적정한 타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해요. 너무 살살 치면 글자가 찍히지 않고, 너무 세게 치거나 꾸욱 누르듯이 치면 글자가 뭉개지고 번져요. 순간적으로 적당한 힘을 실어 쳐야 깔끔한 글자가 나온답니다.
그러니까 타자기로 글을 쓰려면 우선 써야 하는 글의 내용도 생각해야 하고, 쓰는 방법도 생각해야 하고, 적정한 손가락 힘도 신경써야 해요. 정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꽤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동적 활동, 액티비티에 가까워요. 타자기를 사용한다는 건 이러한 여러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기꺼이 즐기는 일이에요. 대부분의 분들이 오타 없이 글을 쓰고 싶어하시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서 하게 돼요. 그 몰입하는 감각이 타자기가 주는 묘미이자 매력이에요.
다만 엄청난 집중력을 들여서 글을 쓰다보면 오타가 났을 때 더욱 크게 실망하게 돼요. 한창 작업하시다가 ‘아, 망했어.’라는 혼잣말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늘 타자기 사용법 설명을 마무리하면서 ‘틀렸을 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고 당부를 드려요. 그까짓 거 타자치는 일, 틀리면 다시 쓰면 된다고. 종이는 많이 있으니, 망했다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일상에서는 몰라도 여기서 만큼은 틀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면 왠지 눈가가 촉촉해지는 분들도 계셔서 가끔 같이 울컥하기도 해요.
Q. 그렇게 작업한 작업물을 정성스럽게 담아주셔서 더 좋았어요.
A. 아무래도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쓴 글이니까, 그냥 종이만 달랑 들려 보내드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에게든, 남에게든 전하고 싶은 소중한 마음이 담긴 글이기 때문에 편지 봉투에 담아드리게 됐어요. 밀봉할 때는 실링왁스를 사용하는데, 왁스의 색깔은 손님들이 직접 고르시도록 하고 있고요. 원래 실링이라는 게 편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가 뜯어봤는지 확인하기 위한 보안 작업이잖아요. 이 봉투 안에 담긴 글은 받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참 귀한 것이라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종종 종이가 접히는 게 싫다거나 작성한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아서 노끈으로 묶어드리기도 해요. 어떤 손님께서 “제가 쓴 글을 이렇게 소중하게 담아주시니 치유 받는 느낌이에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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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배주희님도 문구덕후이신가요? <필기>에서는 어떤 문구를 만날 수 있죠?
A. 사실 저는 덕후라고 하기에는 아직 덕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저 즐겨 쓰는 필기구와 노트 브랜드가 있는 정도예요. <필기>에서는 여러 나라, 다양한 브랜드의 연필과 지우개, 노트, 빈티지 자를 주로 판매하고 있어요. 판매하는 제품 중 개인적으로 즐겨 쓰는 연필은 미국 팔로미노사의 블랙윙이라는 브랜드 연필이에요. 블랙윙은 전반적으로 왁스를 배합해 진하고 무르게 만든 흑연을 사용하는데, 제가 부드러운 필감을 좋아하거든요. 상시 판매되어 언제나 구해서 쓸 수 있는 레귤러 에디션은 물론이고, 분기에 하나씩 나오는 한정판 에디션을 모으고 있기도 해요.
한정판 에디션은 매번 특정 테마를 모티브로한 디자인과 넘버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라 연필마다 얽힌 스토리만 봐도 재미가 쏠쏠해요. 예를 들면, 제가 가장 아끼는 모델은 2016년 3월에 발매된 존 스타인벡 헌정 에디션이에요.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은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을 집필한 미국의 소설가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예요. 블랙윙은 존 스타인벡의 아들인 토마스 스타인벡의 조언에 따라 이 연필을 제작했는데요. 존 스타인벡은 생전에 눈에 띄는 색깔로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싫어해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연필을 경멸할 정도였대요. 언제나 어두운 색깔의 연필을 선택했기 때문에 존 스타인벡 에디션은 배럴(연필 몸통)도, 페룰(지우개가 끼워진 금속 부분)도, 지우개도, 배럴에 새겨진 각인조차 모두 검은색으로 제작됐어요. 그리고 존 스타인벡은 매일 24자루의 연필을 날카롭게 깎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이 연필들이 모두 닳아 뭉툭해질 때까지 집필을 했다고 해요. 그 때문에 이 에디션은 24라는 넘버를 부여받았고요. 흑연 또한 다른 에디션에 비해 단단해서 글을 쓰기 좋은 연필로 꼽히기도 해요. 워낙 발매한지 오래된 에디션이고 당시에도 인기가 많아서 국내외에서 금방 품절이 됐어요. 저도 겨우 구한 터라 아까워서 잘 쓰지 못해요. 가끔 들여다보며 흐뭇해할 뿐이죠.
이런 식으로 한정판마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있는 스토리가 담겨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레귤러 에디션부터 천천히 접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Q. 손으로 쓰는 일, 필기구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저는 악필이라 원래 손 글씨를 즐겨 쓰는 편은 아니었는데, 연필을 쓰면 악필이 좀 커버가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일을 할 때 텅 빈 A4 용지에 연필로 러프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 게 습관이에요. 써야 하는 글의 포인트를 정리하고, 썼다 지웠다 하면서 구성을 바꾸기도 하고요.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곤 해요. 뭔가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는 컴퓨터의 빈 창을 켜놓는 것 보다 의식의 흐름대로 손으로 이것저것 쓰는 게 더 잘 풀리더라고요. 별 뜻 없이 적어둔 낙서가 실마리가 된 적도 많았고요. 곰곰 생각해보면 손을 통해 전해지는 물리적인 감각이 생각을 환기하고 전환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신차려보니 책상이며 서랍이며 필기구로 가득 차 있더라고요.
Q. 항상 지니고 다니는 필기구는 무엇이죠?
A. 친한 후배에게 제 이름이 각인된 가죽 필통을 선물 받았는데, 그 안에 블랙윙 연필, 라미 만년필, 스와로브스키 볼펜,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0.03mm, 모나미 153 한 자루 씩을 담아서 가지고 다녀요. 그때 그때 필요에 맞게 꺼내 쓰는 편입니다. 스와로브스키 볼펜의 경우는 지인 커플에게 선물을 받았어요. 디자인이 엄청 블링블링하고 가격도 싸진 않기 때문에 저는 살 생각도 못했던 제품이거든요. 그 친구가 “중요한 계약서나 서류에 사인할 때 쓰세요.”라고 하면서 건네주는데, 특정 용도로만 사용하는 필기구를 갖는 게 특별한 느낌을 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Q. 손글씨를 쓰거나 타자기 작업을 할 때, 행복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막연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 내가 뭔가를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할 때 행복하더라고요. 컴퓨터로 글을 쓸 때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컴퓨터로 쓰는 글은 ‘일’에 가깝거든요. 아시겠지만 일이 아닌 글을 쓰는 게 몇 배 더 즐겁잖아요. 그리고 물성이 있는 도구를 사용해서 글을 쓰면 안 쓰던 감각이 되살아나서 더 행복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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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상에서 연필을 쥐고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많이 없잖아요. <필기>에 오는 것처럼, 일부러라도 손글씨를 써야겠다는 생각과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A. 저는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종이와 필기도구를 두는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일을 메모하며 다시 한 번 되새기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 큰 종이에 낙서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적어가며 마인드맵을 그리기도 하고요. 편지, 일기, 필사 등 특정 행위를 의식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 속에 손으로 쓰는 행위가 녹아들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가까이에 두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Q. 손글씨나 타자기 외에 다른 아날로그적인 취미나 습관도 있으실까요?
A. 수동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20년 전에 처음으로 찍기 시작했고, 그때 산 카메라를 아직도 쓰고 있어요. 토이카메라를 포함해서 필름 카메라만 한 7개 정도 있는 것 같네요. 제주에 오고 나서는 사진 현상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많이 못 찍었지만, 요즘도 간간히 작업실의 모습을 담아두곤 해요. 호흡을 잠시 멈추고 셔터를 누르는 느낌, 사진을 확인하기 까지의 기다림의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Q. <필기>를 운영하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A. MBC,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5년 정도 일을 하고, 이후 디지털PR 전문 스타트업을 거쳐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전문 PR 회사로 이직해 온라인 홍보 채널 관리 및 온오프라인 콘텐츠 기획•제작 일을 했어요. 어쩌다보니 방송은 물론 블로그 및 각종 SNS용 콘텐츠, 유튜브 영상, 기획기사, 사보, 보도자료, 광고 카피, 노래 작사 등등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콘텐츠 작업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하고 계신 글쓰기 작업이 있나요?
A. 필기 운영 외에도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하고 있어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작업이라면 대부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의뢰로 온오프라인용 콘텐츠 원고를 쓰기도 하고, 유튜브용 영상을 기획, 구성하기도 합니다. 기타 개인 프로젝트로는 드라마와 웹소설, 웹툰 콘텐츠 기획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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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6년에 제주에 오셨다고요. 어떻게 제주에 오게 되셨죠?
A. 업무 특성상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춘 글, 금방 대중에게서 잊혀지는 휘발성이 강한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지더라고요.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가 업무강도가 살인적인 회사였어요. 새벽 출근, 새벽 퇴근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고 번 아웃이 굉장히 심하게 와서 퇴사를 결정하게 됐죠. 일을 그만뒀는데도 몸도 멘탈도 바로 회복이 되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기가 점점 길어졌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이 통하는 외국 같은데가 어디있을까, 고민해보니 제주도 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 즈음 한달살이가 유행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제주 한달살이를 결정하고 내려왔다가,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세 달째까지 살아볼까 하던 차에 덜컥 연세집을 얻어 눌러 앉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하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싶어요.
Q, 6년차 제주도민이 말하는 제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자연환경이 아닐까 싶어요. 시야를 가로막는 고층 빌딩도 없고, 공기도 맑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방 바다나 오름을 보러 갈 수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비싼 물가와 여러 방면으로 부족한 인프라를 감수하고서라도 제주를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Q. 종달리에 거주하고 계시죠. 이 작은 마을이 점점 핫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종달주민으로서 여행장소나 체험을 추천해주신다면요?
A. 종달리에 살고 있긴 하지만 사실 집이나 작업실에 있는 걸 좋아해서 종달리가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는 걸 저도 동네 지인이나 손님들에게 전해들어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찾는 곳은 종달리에서 하도리로 넘어가는 해안도로예요. 종달리 수국길이라 불리는 곳이기도 하고, 종달리 불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나무데크로 산책로가 잘 조성이 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아요. 전망대에 올라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보기도 하고, 바다를 보고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걷기나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한번은 꼭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Q. 앞으로의 계획,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으실까요?
A. 우선은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날까지 <필기>를 최대한 오래, 꾸준히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기를 운영하며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모아 에세이집을 내려고 해요. 제게 울림을 주었던 손님들과 그분들이 남기고 가신 글을 책으로 만들어서, 언젠가 필기가 사라지더라도 이 공간이 있었다는 흔적은 꼭 남기고 싶어요.
Q. 인생의 마지막 날, 단 하나의 문장을 적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으세요?
A.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고민이 되네요. 진짜 인생의 마지막 날에는 어떤 문장을 적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적을 것 같아요. “드디어 오늘, 여기에 마침표를 찍다.”
Q. 초록취향은 생명/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지닌 분들을 위한 뉴스레터입니다.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려요.
A. 누군가는 기술로 삶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는 기술이 없앤 불편함을 누리기 위해 시간과 돈을 씁니다. 저는 세상 모든 것이 조금만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불편함은 그 자체로도 쓸모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생각이 지구의 푸르름을 유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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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주택가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성수 LCDC에 두 번째 공간을 열만큼 큰 인기를 얻은 편지가게입니다. 편지지, 편지봉투, 우표, 필기구 등 편지와 관련 소품과 책을 판매하며, 익명의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펜팔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익명으로 편지를 써서 남기고 다른 이가 쓴 편지를 가져가는데, 봉투에 자신을 나타내는 표식을 남길 수 있어, 성향이 비슷한 이들 간에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지요.
- 연희동점, 성수 LCDC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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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고 보내는 카페입니다. 편지지와 봉투를 구매, 편지를 쓰고 직접 실링까지 해볼 수 있지요. 한쪽 벽면에는 ‘1년 365개의 편지함’이 마련되어 있어, 1년 후 날짜를 지정해 편지를 넣어두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받아볼 수 있습니다.
- 해방촌점, 경복궁점, 수원화홍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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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온라인 플랫폼 그제상점에서 헤이그라운 성수시작점 1층에 무인매장, 모레우체국을 오픈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대안상품을 키오스크로 판매하고 온라인 구매품 픽업 서비스, 지구를 위한 습관을 만드는 4주 툴킷도 제공한다네요. ‘나에게 쓰는 편지 KIT’로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으면 한 달 후에 편지를 보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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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에서 느림의 미학, 편지를 주제로 도봉구민회관 1층에 개관한 공간입니다. 편지의 역사, 예술가들의 편지, 편지와 관련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마음을 담은 음성편지', '편지 쓰기 체험'을 제공합니다. 1개월, 6개월, 1년 기간을 정해 '조금느린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기간에 맞춰 편지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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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티벳 명상책들을 소개하는 제주 북카페 바라나시책골목에서는 필사와 숨이라는 작은 코너를 마련해 필사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추천책들과 함께 명상과도 같은 필사의 힘을 경험해보면 어떨까요?
‘한 번 숨을 쉴 땐 오직 단 한 번의 호흡이 있다. 다음 숨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숨이다. 들숨과 날숨, 한 번의 호흡은 오직 그 순간이 유일하다. 숨은 지금에 머물게 한다. 필사는 손으로 쉬는 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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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는 감정들을 사유하고 탐색하는 공간으로 용산 센트럴파크타워 1층, 서울예술교육센터 내 위치. 600여 장의 감정카드를 전시한 문장(文張)을 둘러보며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찾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기록해보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글쓰기워크숍,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등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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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나미 상품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 나만의 잉크, 볼펜, 노트, 시계와 컵도 만들어볼 수 있고, 구매한 만년필에 유료로 각인도 가능해요.
- 성수점, 수지점(본사), 인사동점, 부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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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회사 파버카스텔의 교훈 (포브스)
“미래 세대의 비용을 사용하여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게 회사의 철학 중 하나 ... 인간은 아날로그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사는 겁니다. ... 디지털 시대에 편의성을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다면,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안정을 찾고 싶은 정서적인 욕망이 아날로그 정신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진심 담기는 손글씨의 힘… ‘국민 볼펜’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신문)
"잉크는 정과 반의 대립 그리고 합으로 종합되는 ‘변증법’의 역사 발전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 잉크 개발은 ‘중력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료 입자를 최대한 가늘게 만들어 가라앉는 것을 막고 볼 사이로 잘 흘러나오게 해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가늘면 종이에도 스며들어 색상이 잘 흐려지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 손으로 쓴 글씨는 표정과 말투처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서도 진심 어린 손편지가 주는 감동은 여전하듯, 아무리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필기구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시인 (서울신문)
"스무 살이여, 매일 무엇이든 한 줄이라도 써라. 쓴다는 행위는 경험을 요약해서 기록하는 일이다. 전혀 쓸모없이 여겨지는 경험도 하나의 문장이 되는 순간 별이 되어 반짝이게 된다. 누군가 그 문장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으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다음 날의 문장은 또 세심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형식을 생각하지 말고 써라. 번듯한 종이가 아니더라도, 주머니 속 쪽지에라도 써라. 휴대폰 메모장에라도 써라. 사유가 생성된 뒤에 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장이라도 그 문장을 쓰는 순간 사유가 된다. 스무 살이여, 그래야만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 천둥번개의 목을 손으로 휘어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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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는 ‘나를 온전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다.
손으로 쓴 문장을 읽을 때와 컴퓨터로 쓴 문장을 읽을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 큰 차이를 느낀다.
그 차이는 숙고해볼 만한 것이다.
내가 쓸 때, 나는 ‘당신에게’ 쓴다.
글씨를 쓰기 위한 도구를 손에 쥐고,
어떤 종이에 쓸 것인지 정해서, 내 글씨체로 쓴다.
- 프란체스카 비아세톤 <손글씨 찬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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